RAMHAN



Through the Screen.
Text Lee Jiwon
Photography Shin Kijun
Art Ha Suim


디지털 세상에서만 존재하던 그의 작업실로 들어갔다. SNS에 대한 근황을 묻자 “흐려졌다가 다시 선명해지는 시기이지 않을까 싶어요. 활동이 뜸했지만, 지금은 다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크고 워밍업을 하고 있는 상태예요”라는 말과 함께 나를 안심시켰다. “활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길수록 부담이 생기는 것 같아요. 가볍게 시작한 것들도 무게감이 생기니 보여주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생기는 거죠. 누군가는 공해로 느끼지 않을지, 부담돼요.” 작업실 중앙에 자리 잡은 컴퓨터를 뚫어지게 쳐다보자 조립식 컴퓨터라고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 부품도 모두 직접 선택하고 키 배열까지 바꿔가며 제작한 컴퓨터라면서. 디지털로 모든걸 푸는 그에게 해프닝은 없었는지 묻자, 마감 전날인데 컴퓨터가 통째로 날아가 수리 센터에 간 적도 있다고 했다. “있었는데, 없었습니다”라고 덧붙이면서. “현실 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잖아요, 내 시간과 내 그림이 없어지는 게. 어이없는 느낌이지 슬프진 않았어요.” 그는 본인의 작품과 닮아 있었다. “귀여운 걸 좋아하다가 최근에는 좀 쎄하고, 기괴스러운 미감을 좋아해요. 메커닉하고 브루탈리즘적 디자인을 선호하게 됐어요.” 그래도 여전히 귀여운 걸 좋아하는 그의 SNS 프로필 사진이 증명해 주었다. “다마고치가 제 작업의 정수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제가 만든 건 아니지만 제 작업의 원천이 주로 어린 시절에 나와요. 왜곡되고 변형됐지만 약간의 귀여움, 유치함 이런 게 오히려 더 애착을 느끼게 하는 요소예요. 사진 속에 있는 다마고치를 샀어요. 데리고 다니는데 너무 시끄럽게 울어서 봤더니 죽은 거예요. 죽을 때 그렇게 큰 소리가 나는지 처음 알았어요.” 인터뷰하는 동안 허리를 곧게 펴고 있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거북목이요? 없는 편이에요, 요가 하러 다녀서. 그리고 트위터에 그런 얘기 많이 있잖아요. 척추 수술 2000만 원. 그걸 생각하죠. 발 받침이 있으면 자세를 바로 하는 데 도움이 된답니다. 꿀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