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TERVIEW
첫 만남의 자리, 면접. 현재 이 페이지를 기록 중인 ‘우리’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이 칼럼은 편집장 그리고 디렉터와 첫 만남의 자리, 면접에 관한 이야기다. 단순한 몇 가지 질문으로 한 사람을 파악하는 면접. 어떤 사람이 어떤 면접 과정을 거쳐 <데이즈드>와 함께하게 됐을까.
Text Lee Jiwon, Shin Jaehee
Art Choi Yeonkyung
신재희
갑자기 입사, 갑자기 비밀 공개
신재희는 총 두 번 면접을 봤다. 사실 첫 면접에서 떨어질 거라고 예상했다. 재밌는 곳을 찾아다녔고, 보통 그런 곳은 다 힘들었지만 <데이즈드>는 기대가 됐다. 1년 동안 프리랜서로 일하다 <데이즈드> 구인 공고를 봤다. “이제 나의 비밀을 밝힐게. 사실 우리 오빠(신재우, <데이즈드> 경영관리팀 근무)가 <데이즈드>를 다녔어. 말할 타이밍을 놓쳤지. 일부러 비밀로 한 건 아니고 그냥 어쩌다 보니.” 알고 보니 편집장도 신재희가
입사한 지 두 달이 지나서야 알았다고. “처음엔 단정한 블랙 재킷과 바지를 입고 갔지만 두 번째 면접엔 애니멀 프린트 퍼 재킷을 입었어. 바지는 뭐, 청바지를 입고 갔겠지? 완전히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고 하셨어.” 그러고는 덧붙였다. “처음 만났을 때 우리 회사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 물어보셨는데 내가 대답을 제대로 못 했거든. 근데 두 번째 면접 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그때 못 했던 대답을 했지. 젊음이라고. 합격 문자를 받았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았어. 그리고 진짜 하고 싶은 거 하고 재밌는 걸 해야지 살아 있는 걸 느낀다는 것을 알았어. 프리랜서 생활은 나랑 맞지 않아. 왜냐하면 밥을 혼자 먹어야 하니까.”(웃음)
이승연
무언가를 깜빡했는데···
2020년 겨울, 이승연이 <데이즈드>에 면접 보러 갔을 땐 정말 많은 지원자가 동시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그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같은 날 입사한 사람이 바로 지금도 옆자리에 앉아 있는 패션 에디터 박기호. 합격 문자에 긴장한 나머지 답장하는 것도 깜박하고 추후에 전화 했다고. 당시 면접 복장에 대한 기억을 물었다. “면접 복장은 평범했어요. 브라운 코트에 옐로 카디건. 아, 코트는 안 벗었어요. <데이즈드> 에디터들의 출근 스타일 룩을 잘 몰라 정말 평범하게 입었어요. 편집장이 입은 옷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처럼 록 시크 스타일이었죠.”
나승권
기차에서 소리 지른 사람
나승권은 <데이즈드>에 두 번 지원했다. 처음엔 코로나19 시기에 서류 전형에 합격했다. 면접 당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으로 격리되는 바람에 탈락하고 말았다. “혹시 면접을 미룰 수 있느냐고 했더니,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어요. 너무너무 아쉽더라고요. 2차 모집 공고가 다시 떴고, 재지원을 한 거죠. 그래서 구 사옥 3층 그 지저분한 편집장 방에서 면접을 봤어요.” 편집장은 나승권에게 질문을 거의 하지 않았다. 지원 동기나 왜 영상을 시작했는지, 그 정도 담백하게. “제 생각엔 제 얼굴만, 제 비주얼만 봤어요.” 그러면 합격할 줄 몰랐겠다고 물었다. “당연히 탈락한 줄 알았어요. 저 사람은 나한테 궁금한 게 별로 없구나. 그래서 그냥 별 기대 없이 친구와 기차를 타고 천안에 갔죠. 기차 차창 너머 물끄러미 시선을 던지며 ‘난 안 됐구나’ 딱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그때 합격 문자 메시지가 온 거예요. 다름 아닌 겸에게서 직접. 그때 소리를 질렀죠, 기차 안에서.”
윤승현
“딱히, 뭐, 그냥”
윤승현이 면접 때 기억나는 건 하나다. “윤승현 씨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준 다섯 가지가 뭘까요?” 편집장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첫 번째는 루 리드Lou Reed와 앤디 워홀Andy Warhol의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 두 번째는 로버트 드니로Robert De Niro의 영화 속 모든 의상 이미지, 세 번째는 감독 션 베이커Sean Baker, 그리고 나머지 두 가지는 기억나지 않네요.” 그 답에 갑자기 편집장이 “윤승현 씨 꽤나 재밌는 사람이네”라는 말을 했다고. “그게 인상적이었어요.” 그는 한 시간이 넘도록 면접을 봤다. “처음에 편집장이 어딘가 아파 보였어요. 물론 지금 생각해 보니 이튿날까지 깨지 않은 취기가 남아 있던 것 같긴 하지만.” 왜 <데이즈드>로 이직하기로 했는지 물었다. 그는 벌건 눈으로 한 문장씩 꾹꾹 눌러 대답했다. “제일 재미있어 보였고, 제일 일이 많아 보였는데, 실제로 그렇네요.” 그는 면접이 끝나고 한 시간 뒤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냐는 질문에 윤승현이 말한다. “딱히, 뭐, 그냥.”
한민욱
무방비
한민욱은 면접 준비를 하나도 안 했다. “그냥 정말 솔직하고 싶은 거예요. 면접에서 뭔가 꾸며내고 싶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배우면 되는 거니까. 그래서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어요.” 그런 그가 편집장을 마주한 순간. “솔직히 좀 무서웠거든요. 난생 처음 보는 비주얼.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었고, 인스타그램도 알고 있었어요. 무서웠던 이유가, 그냥 단지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살짝 뒤로 누워, 거의 눕다시피 의자에 기대어 있던 그 모습에.” 그래서 엄청 떨었다는 한민욱. “그 옆에 최지웅 디렉터가 있었어요. 그분의 얼굴도 <데이즈드> 유튜브 ‘퇴사자들’을 통해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생기신 거예요.”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그래서 편집장을 보면 떨다가 딱 옆을 보면 디렉터의 온화한 미소 덕에 마음이 사르르 녹았어요. 디렉터는 엄청 웃고 계셨으니까요. 물론 제가 면접을 너무 못 봐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어요.” 그렇게 머뭇거리다 끝난 면접. 그러면 왜 본인이 붙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모르겠어요. 편집장은 완벽한 사람보다는 오히려 뭔가 하나 부족한 사람을 더 좋아하는 게 아닐는지.”
양윤영
세 번 지원한 사람
양윤영은 <데이즈드>에 세 번 지원했다. “한 번은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고, 나머지 두번은 면접까지 봤어요. 지난여름과 올겨울. 타 매체에서 일하던 작년 여름에는 최종까지 갔다가 떨어졌죠. 두 번이나 면접을 봤는데도 불구하고요. 올겨울에는 정말 마지막으로 이번마저 안 되면 포기하고 그냥 다른 매체에 가야겠다고 결심하면서 지원했어요.” 올겨울 그 면접은 토요일에 이뤄졌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 편집장은 윤영을 알아보고 “안녕!” 하며 인사했다. “절 보자마자 그렇게 인사하셨는데, 그게 얼마나 반갑던지.” 편집장은 “윤영이야 너무 잘 아니까. 뭐 하고 지냈어?” 지원 서류를 보지도 않고 말을 이어갔다. 윤영은 첫 면접 때도, 두 번째 면접 때도 기획안을 써 냈다. “그 기획안을 보고 두 번 모두 ‘다 별로야. 너무 별로야’라고 했어요.” 여기서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하더니, 갑자기 편집장이 윤영에게 “당신을 뽑고 싶다”고 대놓고 이야기했다고. 함께 면접을 진행하던 최지웅 디렉터가 이를 말리며, 그렇게 바람 넣으면 안 된다고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는 그. “이게 합격 시그널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했는데, 마지막 면접은 뭔가 진로 상담 같은 느낌이었어요. 다른 매체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제 색깔을 잃고 싶지 않아 독립 잡지 같은 것도 계속 만드는 중이라고 했어요. 그러자 편집장과 디렉터 둘 다 ‘안 돼.’ 이러시는 거예요.” 그들은 동시에 자신의 색만 고집할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어떤 색깔을 가졌는지 보면서 포용할 줄 알아야 더 큰 사람이 된다고 했다고. “그 말이 신기했어요. 그러니까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말이었어요.”
Text Lee Jiwon, Shin Jaehee
Art Choi Yeonkyung
신재희
갑자기 입사, 갑자기 비밀 공개
신재희는 총 두 번 면접을 봤다. 사실 첫 면접에서 떨어질 거라고 예상했다. 재밌는 곳을 찾아다녔고, 보통 그런 곳은 다 힘들었지만 <데이즈드>는 기대가 됐다. 1년 동안 프리랜서로 일하다 <데이즈드> 구인 공고를 봤다. “이제 나의 비밀을 밝힐게. 사실 우리 오빠(신재우, <데이즈드> 경영관리팀 근무)가 <데이즈드>를 다녔어. 말할 타이밍을 놓쳤지. 일부러 비밀로 한 건 아니고 그냥 어쩌다 보니.” 알고 보니 편집장도 신재희가
입사한 지 두 달이 지나서야 알았다고. “처음엔 단정한 블랙 재킷과 바지를 입고 갔지만 두 번째 면접엔 애니멀 프린트 퍼 재킷을 입었어. 바지는 뭐, 청바지를 입고 갔겠지? 완전히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고 하셨어.” 그러고는 덧붙였다. “처음 만났을 때 우리 회사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 물어보셨는데 내가 대답을 제대로 못 했거든. 근데 두 번째 면접 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그때 못 했던 대답을 했지. 젊음이라고. 합격 문자를 받았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았어. 그리고 진짜 하고 싶은 거 하고 재밌는 걸 해야지 살아 있는 걸 느낀다는 것을 알았어. 프리랜서 생활은 나랑 맞지 않아. 왜냐하면 밥을 혼자 먹어야 하니까.”(웃음)
이승연
무언가를 깜빡했는데···
2020년 겨울, 이승연이 <데이즈드>에 면접 보러 갔을 땐 정말 많은 지원자가 동시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그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같은 날 입사한 사람이 바로 지금도 옆자리에 앉아 있는 패션 에디터 박기호. 합격 문자에 긴장한 나머지 답장하는 것도 깜박하고 추후에 전화 했다고. 당시 면접 복장에 대한 기억을 물었다. “면접 복장은 평범했어요. 브라운 코트에 옐로 카디건. 아, 코트는 안 벗었어요. <데이즈드> 에디터들의 출근 스타일 룩을 잘 몰라 정말 평범하게 입었어요. 편집장이 입은 옷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처럼 록 시크 스타일이었죠.”
나승권
기차에서 소리 지른 사람
나승권은 <데이즈드>에 두 번 지원했다. 처음엔 코로나19 시기에 서류 전형에 합격했다. 면접 당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으로 격리되는 바람에 탈락하고 말았다. “혹시 면접을 미룰 수 있느냐고 했더니,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어요. 너무너무 아쉽더라고요. 2차 모집 공고가 다시 떴고, 재지원을 한 거죠. 그래서 구 사옥 3층 그 지저분한 편집장 방에서 면접을 봤어요.” 편집장은 나승권에게 질문을 거의 하지 않았다. 지원 동기나 왜 영상을 시작했는지, 그 정도 담백하게. “제 생각엔 제 얼굴만, 제 비주얼만 봤어요.” 그러면 합격할 줄 몰랐겠다고 물었다. “당연히 탈락한 줄 알았어요. 저 사람은 나한테 궁금한 게 별로 없구나. 그래서 그냥 별 기대 없이 친구와 기차를 타고 천안에 갔죠. 기차 차창 너머 물끄러미 시선을 던지며 ‘난 안 됐구나’ 딱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그때 합격 문자 메시지가 온 거예요. 다름 아닌 겸에게서 직접. 그때 소리를 질렀죠, 기차 안에서.”
윤승현
“딱히, 뭐, 그냥”
윤승현이 면접 때 기억나는 건 하나다. “윤승현 씨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준 다섯 가지가 뭘까요?” 편집장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첫 번째는 루 리드Lou Reed와 앤디 워홀Andy Warhol의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 두 번째는 로버트 드니로Robert De Niro의 영화 속 모든 의상 이미지, 세 번째는 감독 션 베이커Sean Baker, 그리고 나머지 두 가지는 기억나지 않네요.” 그 답에 갑자기 편집장이 “윤승현 씨 꽤나 재밌는 사람이네”라는 말을 했다고. “그게 인상적이었어요.” 그는 한 시간이 넘도록 면접을 봤다. “처음에 편집장이 어딘가 아파 보였어요. 물론 지금 생각해 보니 이튿날까지 깨지 않은 취기가 남아 있던 것 같긴 하지만.” 왜 <데이즈드>로 이직하기로 했는지 물었다. 그는 벌건 눈으로 한 문장씩 꾹꾹 눌러 대답했다. “제일 재미있어 보였고, 제일 일이 많아 보였는데, 실제로 그렇네요.” 그는 면접이 끝나고 한 시간 뒤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냐는 질문에 윤승현이 말한다. “딱히, 뭐, 그냥.”
한민욱
무방비
한민욱은 면접 준비를 하나도 안 했다. “그냥 정말 솔직하고 싶은 거예요. 면접에서 뭔가 꾸며내고 싶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배우면 되는 거니까. 그래서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어요.” 그런 그가 편집장을 마주한 순간. “솔직히 좀 무서웠거든요. 난생 처음 보는 비주얼.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었고, 인스타그램도 알고 있었어요. 무서웠던 이유가, 그냥 단지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살짝 뒤로 누워, 거의 눕다시피 의자에 기대어 있던 그 모습에.” 그래서 엄청 떨었다는 한민욱. “그 옆에 최지웅 디렉터가 있었어요. 그분의 얼굴도 <데이즈드> 유튜브 ‘퇴사자들’을 통해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생기신 거예요.”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그래서 편집장을 보면 떨다가 딱 옆을 보면 디렉터의 온화한 미소 덕에 마음이 사르르 녹았어요. 디렉터는 엄청 웃고 계셨으니까요. 물론 제가 면접을 너무 못 봐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어요.” 그렇게 머뭇거리다 끝난 면접. 그러면 왜 본인이 붙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모르겠어요. 편집장은 완벽한 사람보다는 오히려 뭔가 하나 부족한 사람을 더 좋아하는 게 아닐는지.”
양윤영
세 번 지원한 사람
양윤영은 <데이즈드>에 세 번 지원했다. “한 번은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고, 나머지 두번은 면접까지 봤어요. 지난여름과 올겨울. 타 매체에서 일하던 작년 여름에는 최종까지 갔다가 떨어졌죠. 두 번이나 면접을 봤는데도 불구하고요. 올겨울에는 정말 마지막으로 이번마저 안 되면 포기하고 그냥 다른 매체에 가야겠다고 결심하면서 지원했어요.” 올겨울 그 면접은 토요일에 이뤄졌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 편집장은 윤영을 알아보고 “안녕!” 하며 인사했다. “절 보자마자 그렇게 인사하셨는데, 그게 얼마나 반갑던지.” 편집장은 “윤영이야 너무 잘 아니까. 뭐 하고 지냈어?” 지원 서류를 보지도 않고 말을 이어갔다. 윤영은 첫 면접 때도, 두 번째 면접 때도 기획안을 써 냈다. “그 기획안을 보고 두 번 모두 ‘다 별로야. 너무 별로야’라고 했어요.” 여기서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하더니, 갑자기 편집장이 윤영에게 “당신을 뽑고 싶다”고 대놓고 이야기했다고. 함께 면접을 진행하던 최지웅 디렉터가 이를 말리며, 그렇게 바람 넣으면 안 된다고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는 그. “이게 합격 시그널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했는데, 마지막 면접은 뭔가 진로 상담 같은 느낌이었어요. 다른 매체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제 색깔을 잃고 싶지 않아 독립 잡지 같은 것도 계속 만드는 중이라고 했어요. 그러자 편집장과 디렉터 둘 다 ‘안 돼.’ 이러시는 거예요.” 그들은 동시에 자신의 색만 고집할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어떤 색깔을 가졌는지 보면서 포용할 줄 알아야 더 큰 사람이 된다고 했다고. “그 말이 신기했어요. 그러니까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말이었어요.”
장건우
모르겠다 x 100
“모르겠다.” 장건우는 면접의 기억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아마도 그의 솔직한 매력을 편집장이 알아본 게 아닐까. 그는 면접 전 제출한 포트폴리오가 남달랐다. “보통 첫 장에는 이력서에 첨부할 법한 증명 사진을 추가하잖아요. 전 현재 제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을 넣었어요. 그것도 한 장이 아닌 여러 장을 콜라주처럼 붙여서요. 이게 먹혔죠. 편집장이 면접 때 그 사진을 보고 ‘넌 다르다’고 이야기해 줬어요. 좋게 봐줘서 감사했죠.”
이상현
작가의 회사 생활
이상현은 <데이즈드> 입사 전 조각과 그림을 만드는 작가였다. “편집장은 제 작품을 처음으로 구매한 분이에요.” 작품을 구매하겠다고 한 사람이 처음이어서 벅찬 마음에 그냥 주기로 했다는 이상현. 유명했냐는 물음에 그렇지 않다고 답하면서 “그때부터 편집장은 뭔가 디깅을 한 게 아닐까요?”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는 그의 그림을 전달하기 위해 <데이즈드> 구 사옥(연무장길 1)을 찾았고, 비로소 그림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데이즈드> 편집장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더욱더 감사하고 기분이 좋았다고. 편집장은 그 그림을 받고 당신도 자신에게 무언가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열정이 가득했던 이상현은 “그러면 이곳 1층에서 전시를 하게 해주세요”라고 제안했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무렵, 바로 그 공간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그 후 반 년 정도 휴식을 선택한 그. 그러고는 <데이즈드> 아트팀에 지원했다. “1차 면접 때는 제 진짜 작업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갔죠. 2차 면접 때는 잡지 회사이다 보니 책을 만들어 갔고요. 어디선가 책을 만들어가는 지원자가 있다고 들었거든요. 그리고 사실 제가 패션 디자이너를 잘 몰랐어요. 그런데 바로 면접 보기 전 최소라 커버 호에 담긴 발렌시아가의 뎀나 바잘리아에 대한 칼럼을 읽었어요. 면접 때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누구냐는 질문에 그게 떠올라 바로 ‘뎀나’라고 했죠.”
피비
면접으로 영원히 놀림받는 사람
“면접 때 최지웅 디렉터가 입은 니트가 너무 예뻤어요. 그런데 지금도 물어보기 싫어요. 안 그래도 저를 많이 놀리시거든요.” 피비는 면접을 보는 내내 뭔가 장난스러운 느
낌이었다고 했다. “아, 저는 면접 보는 회의실에 딱 들어가자마자 편집장과 디렉터 둘 다 ‘너 왜 왔니?’ 이런 느낌이었어요. (몸을 움츠리며) 진짜 이 쭈구리 모드로 이렇게 앉아 있는데, 갑자기 편집장이 랩 하듯 질문했어요. 진짜 대답하기에 너무 벅찬 거예요.” 이 말에 공감하며 피비에게 말했다. “나(신재희 에디터)도 그랬어. 우리 이미지가 좀 비슷한 면이 있잖아. 이런 상황에서 이런 질문을 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궁금하셨던 것 같아.” “근데 그걸 심지어 대놓고 말하셨어요. ‘내가 지금 너한테 이렇게 하는 이유는 팍 물었을 때 어떻게 나오는지 보려고 하는 거다’ 이렇게요.” 면접은 그렇게 끝났다. 편집장은 회의실 문을 열고 나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저는 당연히 계단으로 가려고 했거든요. 근데 ‘빨리 와. 타!’ 이러시길래 같이 탔어요.” 그리고 편집장은 멀어지는 그를 배웅까지 해주었다. 피비는 다소 의문이 들었지만 기분이 좋았다고. 면접 당시 이런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나 옷 망했다. 그냥 평소대로 입고 올걸.’ 그는 흰색 캐시미어 니트에 캐멀 코트를 입었다. 평소 그의 펑키한 출근 룩과 전혀 다른 스타일. “엄마 거 아니에요. 그거 정말 제 거예요.” 그는 최지웅 디렉터에게 아직까지 면접 당시 복장으로 놀림을 받고 있다.
현정환
“너 걔 맞지?”
“내 힙스터 시절. 정말 예뻤을 때 편집장과 알게 된 사이!” 그 후 현정환이 스물네 살
이 되던 무렵 편집장의 제안으로 <데이즈드>와 함께할 기회가 찾아왔지만, 거절. 당시 학교를 졸업해야 한다는 강박과 함께 석사 학위까지 가지고 싶었다고. 그렇게 일본으로 워킹 홀리데이를 가고, 서울에서 대학원도 다니다가 어느 시점부터 인생이 재미없어졌을 때 시작한 취업 준비. 그 무렵 <데이즈드> 경영관리팀 구인 공고가 떴고, 원하던 분야는 아니었지만 일단 무작정 이력서를 던졌다. 다음 날 바로 온 연락. 면접 자리에서 편집장은 대뜸 “너 그 현정환 맞지?”라고 물었고, 그는 “어, 맞아”라고 대답. 그렇게 현정환은 뷰티 & 디지털 에디터로 <데이즈드>의 일원이 되었다. “편집장이 그때 해준 말이 기억나. ‘나는 그냥 널 기다리고 있었다. 언젠가 너와 일하게 될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김효빈
몇 대 몇?
효빈은 전 직장에 다니다가 이직 제안을 받고 <데이즈드>에 합류했다. “이거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하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 효빈. 편집장은 면접 때 그에게 지류 잡지를 향한 애정이 많이 느껴진다고 했다고. 그리고 그의 전 직장과 <데이즈드>에 오고 싶은 마음이 몇 대 몇의 비율이냐고 물었다. 효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 답을 들은 편집장 왈, “그런데 어쨌든 나는 효빈 씨가 여기에 포트폴리오를 냈다는 것 자체가 애정을 갖고 지원했다고 생각해.” 효빈이 <데이즈드>에 이직하기로 마음을 굳히게 된 지점은 무엇이었을까. “면접을 보러 오면서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편집장이 너무 편하게 대해 주더라고요. 확실할 때는 확실하게 물어보셨지만 전체적으로 플로가 굉장히 유하셨다고 할까요?” 편집장은 면접 막바지까지 부드럽고 유쾌했다. “편집장이 ‘나 어떤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질문을 했어요. 그래서 정말 느낀 대로 ‘생각보다 훨씬 저를 편하게 해주셔서 감사해요’라고 했더니 자기 꿈이 개그맨이었다며 ‘원래는 웃기고 그러는 거 좋아한다’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