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IER, CRYSTALLIZATION OF TIME
과거, 현재, 미래. 시간의 새로운 개념을 알리는 까르띠에의 길을 가이드하는 피에르 레네로Pierre Rainero.
Text 피비(Phoebe, 이지원)
Art 세라(Sarah, 최연경)
영원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전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5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두 달간 열린다. 도쿄국립신미술관Tokyo National Art Center 이후 5년 만에 서울에서 열리는 두 번째 전시다. 그간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177년 역사의 까르띠에 주얼리, 워치, 아카이브 그리고 평소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개인 소장품이 한곳에 모였다. 긴 세월을 거친 보석, 자연과 세계의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세 가지 챕터로 구성된 전시는 ‘소재의 변신과 색채’,‘형태와 디자인’, ‘범세계적인 호기심’을 주제로 과거와 현재의 경계선을 허물며 까르띠에만의 시간을 보여준다. ‘프롤로그 : 시간의 공간’에서는 현재가 과거가 되고, 미래를 향하는 미스터리 클락과 프리즘 클락을 통해 까르띠에가 지닌 시간의 철학에 대해 말한다. 챕터 1 ‘소재의 변신과 색채’에서는 지금은 보편적인 주얼리 소재가 된 플래티넘부터 규화목 같은 독특한 소재로 유니크한 디자인을 향한 남다른 여정을 볼 수 있다. 챕터 2 ‘형태와 디자인’으로 입장하면 자연에서 나타나는 선과 형태의 아름다움을 담은 구조적 주얼리 라인을 확인할 수 있다. 일상 속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까르띠에의 시선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 챕터 3 ‘범세계적인 호기심’을 주제로 한 전시는 문화와 동식물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통해 동아시아, 인도, 중동아시아, 아프리카 등 177년 역사와 국경을 넘나드는 까르띠에의 글로벌적 아카이브를 살펴볼 수 있다. 덧붙여 시대를 초월한 상징인 팬더, 루이 까르띠에의 소장품에 관한 기록도 보관돼 있다. 세 가지 챕터를 둘러보고 나오면 장인들이 제작하는 나무 토르소 제조 과정부터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에 관한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전을 통해 시간의 철학을 깨달으며, 까르띠에의 스타일과 독창성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 준비되셨나요.
좋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도록 하죠.
개인적으로 궁금하네요. 과거 당신이 선택한 첫 까르띠에와 현재의 까르띠에.
1984년에 마주친 탱크입니다. 지금은 어머니가 착용하고 있죠. 가장 최근 것은 이 시계일 거예요. 산토스 드 까르띠에Santos de Cartier Watch.
30년 넘게 커뮤니케이션, 광고, 제작까지 함께했는데 세 가지 업무 중 가장 재밌는 것은 무엇인가요.
물론 지금 맡은 직무죠. 특히 스타일 부문을 아낍니다. 까르띠에를 창작하는 부서와 연관이 되어 있거든요. 매일 창작과 관련한 도전 과제를 직면해야 하는 일상으로 들어와 버린 거죠.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게 가장 재미있어요. 그리고 다른 브랜드가 아닌 까르띠에이기에 더욱 재밌는 것 같아요.
오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까르띠에를 이끄는 가치, 철학, 원칙, 애정이 없었으면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하기가 쉽지 않았겠죠. 말씀하셨다시피 굉장히 오랫동안 재직했어요. 브랜드에 대한 애정과 개인의 취향이죠.
이미지, 스타일 그리고 헤리티지 부문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루이 까르띠에는 디자이너를 발명가라고 부른 적이 있는데요, 바로 크리에이티브죠. 제 역할은 창작한 각각의 오브제에 들어 있는 의미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하는 거예요. 무엇을 지향하고, 어떤 방향과 스타일로 나아가야 하는지 아이디어를 제시하죠. 구체적인 결과물과 구성은 디자이너의 손에서 탄생해요. 그도 직접 디자인하는 대신 직원들이 디자인할 수 있도록 독려했죠. 안 된다고 하면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또 다른 길을 개척해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거죠.
전시 제목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은 어떤 의미인가요.
전시회 디자인을 한 신소재연구소의 아티스트 스기모토 히로시Sugimoto Hiroshi가 제목을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으로 정한 이유는 까르띠에 작품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제목도 그 작품의 일부죠. 시간을 확인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시간을 잃어버릴 수 있는 부분을 담았어요. 일부 전시 공간에서는 현대와 과거 작품을 함께 전시해 제작 시기를 추정하기 어렵죠. 시작부터 의도한 거예요. 존재하던 재료가 지구와 우주 탄생으로까지 연결돼 있어요.
스기모토 히로시와 함께 일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그의 작품에서 비롯됐죠. 그는 사진작가이면서 그중에서도 바다, 대양, 오브제 사진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영화로도 잘 알려진 분이죠. 사물에 대한 시간의 개념을 강조한다는 점이 중요한데 그에게 연락이 닿았을 때 알게 된 사실은 젬스톤에 대한 그의 열정이 대단하다는 거예요. 그 순간 설레면서도 엄청나게 놀랐죠. 까르띠에와 발맞춰 걸어갈 수 있었으니까요. 오다와라 재단에서의 경험과 본인 소장품을 함께 전시하는 ‘보물의 창’ 개념을 제시한 것도 이와 비슷해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연 이유가 무엇인가요.
DDP는 서울의 등대 같은 곳이니까요. 아주 흥미로운 공간이죠. 현대건축 측면에서도 돋보이고, 디자인 측면에서도 가장 좋은 환경이라고 할 수 있어요.
까르띠에는 일상에서 영감을 받기로 유명해요. 한 가지 예를 들어주세요.
일상에서 영감을 받아 다룬 챕터가 당연히 있죠. 챕터 2에는 다이아몬드와 오닉스를 평행하게 배치한 블랙 & 화이트 브레이슬릿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자세히 보면 숫자 2000을 의미하는 바코드랍니다. 챕터 3의 이집트에서 영감을 받은 파트에서는 3000년 넘는 역사를 품은 세라믹으로 제작한 풍뎅이도 볼 수 있어요. 날개 부분을 전기 패턴으로 재현해 로봇 같죠. 로봇이 될 수 있는 풍뎅이라 할 수 있죠. 또, 건축용 철물과 공업 용품이 주얼리 재탄생한 사례로 LOVE 브레이슬릿을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도쿄 이후 두 번째 열리는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2016년, 2017년부터 도쿄 국립신미술관National Arts Center과 같이 구상하고 당시에는 변화와 진화 혹은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번 공간을 구성한 신소재연구소New Material Research Lab의 스기모토 히로시가 전시를 백팔십도 바꿔 놓았습니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독창적인 스타일, 그리고 시간이라는 개념에 관한 질문을 주제로 만들어버렸죠. 공동 창립자 사카키다 토모유키Sakakida Tomoyuki는 오래전 존재한 화산암, 나무, 그리고 일본 불상 조각을 만들기 위해 이전에 사용한 적 없던 기술로 새로운 형태를 재현했어요. 온지음과 협력해 복원한 라 소재, 한국 전통 소재 한지를 곳곳에 사용했죠.
과거, 현재, 미래 중 언제가 가장 좋은가요.
개인적으로 미래를 가장 좋아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미래와 현재겠네요. 저는 과거에 매몰되어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까르띠에의 시간이 항상 일정하진 않다고 생각해요. 시간의 흐름과 창작에 흥미로운 비전을 가지고 있지만 절대로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까르띠에의 매력이죠. 까르띠에 하우스에는 아직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 순서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은 루이 까르띠에의 정신이 존재해요. 더 나은 시대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어요. 미래라고 해서 언제나 현재보다 더 나은 시간은 아닌 거죠.
전 세계 개인 수집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어요. 그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각각 주제를 잘 설명할 수 있는 현대적인 제품이 필요했고, 리스트를 검토 후 작품을 선정해요. 당시 큐레이터인 전 도쿄 국립신미술관의 모토하시 야요이 교수와 함께 최고 작품을 선정했으며,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플랜 A부터 C까지 기획을 했답니다. 그 이후 리스트를 확인하면서 나라별로 수집가들에게 연락하며 전시를 진행했죠. 궁금하시겠지만, 고객 정보는 당연히 노코멘트입니다.
수집가들의 소장품이 까르띠에 전시의 일부라니, 기분이 굉장히 좋을 것 같아요.
그들의 높은 안목을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니까요. 대부분 긍정적으로 생각하셨어요. 하지만 동시에 자기 작품을 최소 4개월 이상 사용하지 못하니 신중하게 고민했겠죠. 저희를 무조건 신뢰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니 너무 감사하죠.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제가 선택하지 않은 작품들이 서운해하지 않을까요.(웃음) 모든 작품을 정말 좋아해 한 가지만 고르자니 어렵네요. 2021년에 제작한, 살아 숨 쉬는 듯한 뚜띠 프루티 네크리스도 마음에 들고, 마지막 섹션의 한국 노리개를 연상시키는 작품도 모두 마음에 들어요. 또 뭐가 있을까요. 팬더를 브레이슬릿처럼 완전히 새롭게 구현한 디자인도 추가할게요.
작년 한 인터뷰에서 그린 컬러가 마음에 쏙 든다고 언급했어요. 그린 컬러가 포함된 작품을 고른다면요.
그걸 기억하시는군요?! 그것도 괜찮겠네요. 음, 그렇다면 전 까르띠에 컬렉션에 포함된 작품, 챕터1에서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네크리스를 고르겠습니다. 페리도트를 엄청 많이 사용했어요. 에메랄드와는 다른 그린 컬러인 데다 감람석이라서 그린 컬러가 더욱 돋보이죠. 애시드에 가까운 옐로 컬러가 감도는 그린인데, 정말 마음에 쏙 드는 네크리스와 브레이슬릿이에요.
까르띠에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삶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오랫동안 즐거움과 기쁨을 전해 주는, 그게 바로 까르띠에죠. 운 좋게 주얼리 분야에서 일하게 됐는데, 주얼리야말로 자기 자신을 대변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주얼리에 마음을 쏟는 것 같아요.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할지를 배웠죠. 까르띠에에서 얻은 두 번째 천성이에요.
까르띠에가 가까운 미래에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새로운 걸 창조하고, 앞서 나가며, 새로운 것을 찾는 게 우리의 본능이에요. 르 보야 주 레코망스Le Voyage Recommence 개념과 같죠. 이달 말에 이미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려고 진행하고 있어요. 유럽에서 프레젠테이션도 할 예정이고, 계속해서 다양한 일이 예정돼 있죠. 우리는 항상 새로운 것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Text 피비(Phoebe, 이지원)
Art 세라(Sarah, 최연경)
영원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전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5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두 달간 열린다. 도쿄국립신미술관Tokyo National Art Center 이후 5년 만에 서울에서 열리는 두 번째 전시다. 그간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177년 역사의 까르띠에 주얼리, 워치, 아카이브 그리고 평소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개인 소장품이 한곳에 모였다. 긴 세월을 거친 보석, 자연과 세계의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세 가지 챕터로 구성된 전시는 ‘소재의 변신과 색채’,‘형태와 디자인’, ‘범세계적인 호기심’을 주제로 과거와 현재의 경계선을 허물며 까르띠에만의 시간을 보여준다. ‘프롤로그 : 시간의 공간’에서는 현재가 과거가 되고, 미래를 향하는 미스터리 클락과 프리즘 클락을 통해 까르띠에가 지닌 시간의 철학에 대해 말한다. 챕터 1 ‘소재의 변신과 색채’에서는 지금은 보편적인 주얼리 소재가 된 플래티넘부터 규화목 같은 독특한 소재로 유니크한 디자인을 향한 남다른 여정을 볼 수 있다. 챕터 2 ‘형태와 디자인’으로 입장하면 자연에서 나타나는 선과 형태의 아름다움을 담은 구조적 주얼리 라인을 확인할 수 있다. 일상 속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까르띠에의 시선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 챕터 3 ‘범세계적인 호기심’을 주제로 한 전시는 문화와 동식물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통해 동아시아, 인도, 중동아시아, 아프리카 등 177년 역사와 국경을 넘나드는 까르띠에의 글로벌적 아카이브를 살펴볼 수 있다. 덧붙여 시대를 초월한 상징인 팬더, 루이 까르띠에의 소장품에 관한 기록도 보관돼 있다. 세 가지 챕터를 둘러보고 나오면 장인들이 제작하는 나무 토르소 제조 과정부터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에 관한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전을 통해 시간의 철학을 깨달으며, 까르띠에의 스타일과 독창성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 준비되셨나요.
좋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도록 하죠.
개인적으로 궁금하네요. 과거 당신이 선택한 첫 까르띠에와 현재의 까르띠에.
1984년에 마주친 탱크입니다. 지금은 어머니가 착용하고 있죠. 가장 최근 것은 이 시계일 거예요. 산토스 드 까르띠에Santos de Cartier Watch.
30년 넘게 커뮤니케이션, 광고, 제작까지 함께했는데 세 가지 업무 중 가장 재밌는 것은 무엇인가요.
물론 지금 맡은 직무죠. 특히 스타일 부문을 아낍니다. 까르띠에를 창작하는 부서와 연관이 되어 있거든요. 매일 창작과 관련한 도전 과제를 직면해야 하는 일상으로 들어와 버린 거죠.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게 가장 재미있어요. 그리고 다른 브랜드가 아닌 까르띠에이기에 더욱 재밌는 것 같아요.
오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까르띠에를 이끄는 가치, 철학, 원칙, 애정이 없었으면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하기가 쉽지 않았겠죠. 말씀하셨다시피 굉장히 오랫동안 재직했어요. 브랜드에 대한 애정과 개인의 취향이죠.
이미지, 스타일 그리고 헤리티지 부문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루이 까르띠에는 디자이너를 발명가라고 부른 적이 있는데요, 바로 크리에이티브죠. 제 역할은 창작한 각각의 오브제에 들어 있는 의미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하는 거예요. 무엇을 지향하고, 어떤 방향과 스타일로 나아가야 하는지 아이디어를 제시하죠. 구체적인 결과물과 구성은 디자이너의 손에서 탄생해요. 그도 직접 디자인하는 대신 직원들이 디자인할 수 있도록 독려했죠. 안 된다고 하면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또 다른 길을 개척해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거죠.
전시 제목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은 어떤 의미인가요.
전시회 디자인을 한 신소재연구소의 아티스트 스기모토 히로시Sugimoto Hiroshi가 제목을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으로 정한 이유는 까르띠에 작품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제목도 그 작품의 일부죠. 시간을 확인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시간을 잃어버릴 수 있는 부분을 담았어요. 일부 전시 공간에서는 현대와 과거 작품을 함께 전시해 제작 시기를 추정하기 어렵죠. 시작부터 의도한 거예요. 존재하던 재료가 지구와 우주 탄생으로까지 연결돼 있어요.
스기모토 히로시와 함께 일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그의 작품에서 비롯됐죠. 그는 사진작가이면서 그중에서도 바다, 대양, 오브제 사진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영화로도 잘 알려진 분이죠. 사물에 대한 시간의 개념을 강조한다는 점이 중요한데 그에게 연락이 닿았을 때 알게 된 사실은 젬스톤에 대한 그의 열정이 대단하다는 거예요. 그 순간 설레면서도 엄청나게 놀랐죠. 까르띠에와 발맞춰 걸어갈 수 있었으니까요. 오다와라 재단에서의 경험과 본인 소장품을 함께 전시하는 ‘보물의 창’ 개념을 제시한 것도 이와 비슷해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연 이유가 무엇인가요.
DDP는 서울의 등대 같은 곳이니까요. 아주 흥미로운 공간이죠. 현대건축 측면에서도 돋보이고, 디자인 측면에서도 가장 좋은 환경이라고 할 수 있어요.
까르띠에는 일상에서 영감을 받기로 유명해요. 한 가지 예를 들어주세요.
일상에서 영감을 받아 다룬 챕터가 당연히 있죠. 챕터 2에는 다이아몬드와 오닉스를 평행하게 배치한 블랙 & 화이트 브레이슬릿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자세히 보면 숫자 2000을 의미하는 바코드랍니다. 챕터 3의 이집트에서 영감을 받은 파트에서는 3000년 넘는 역사를 품은 세라믹으로 제작한 풍뎅이도 볼 수 있어요. 날개 부분을 전기 패턴으로 재현해 로봇 같죠. 로봇이 될 수 있는 풍뎅이라 할 수 있죠. 또, 건축용 철물과 공업 용품이 주얼리 재탄생한 사례로 LOVE 브레이슬릿을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도쿄 이후 두 번째 열리는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2016년, 2017년부터 도쿄 국립신미술관National Arts Center과 같이 구상하고 당시에는 변화와 진화 혹은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번 공간을 구성한 신소재연구소New Material Research Lab의 스기모토 히로시가 전시를 백팔십도 바꿔 놓았습니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독창적인 스타일, 그리고 시간이라는 개념에 관한 질문을 주제로 만들어버렸죠. 공동 창립자 사카키다 토모유키Sakakida Tomoyuki는 오래전 존재한 화산암, 나무, 그리고 일본 불상 조각을 만들기 위해 이전에 사용한 적 없던 기술로 새로운 형태를 재현했어요. 온지음과 협력해 복원한 라 소재, 한국 전통 소재 한지를 곳곳에 사용했죠.
과거, 현재, 미래 중 언제가 가장 좋은가요.
개인적으로 미래를 가장 좋아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미래와 현재겠네요. 저는 과거에 매몰되어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까르띠에의 시간이 항상 일정하진 않다고 생각해요. 시간의 흐름과 창작에 흥미로운 비전을 가지고 있지만 절대로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까르띠에의 매력이죠. 까르띠에 하우스에는 아직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 순서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은 루이 까르띠에의 정신이 존재해요. 더 나은 시대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어요. 미래라고 해서 언제나 현재보다 더 나은 시간은 아닌 거죠.
전 세계 개인 수집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어요. 그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각각 주제를 잘 설명할 수 있는 현대적인 제품이 필요했고, 리스트를 검토 후 작품을 선정해요. 당시 큐레이터인 전 도쿄 국립신미술관의 모토하시 야요이 교수와 함께 최고 작품을 선정했으며,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플랜 A부터 C까지 기획을 했답니다. 그 이후 리스트를 확인하면서 나라별로 수집가들에게 연락하며 전시를 진행했죠. 궁금하시겠지만, 고객 정보는 당연히 노코멘트입니다.
수집가들의 소장품이 까르띠에 전시의 일부라니, 기분이 굉장히 좋을 것 같아요.
그들의 높은 안목을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니까요. 대부분 긍정적으로 생각하셨어요. 하지만 동시에 자기 작품을 최소 4개월 이상 사용하지 못하니 신중하게 고민했겠죠. 저희를 무조건 신뢰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니 너무 감사하죠.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제가 선택하지 않은 작품들이 서운해하지 않을까요.(웃음) 모든 작품을 정말 좋아해 한 가지만 고르자니 어렵네요. 2021년에 제작한, 살아 숨 쉬는 듯한 뚜띠 프루티 네크리스도 마음에 들고, 마지막 섹션의 한국 노리개를 연상시키는 작품도 모두 마음에 들어요. 또 뭐가 있을까요. 팬더를 브레이슬릿처럼 완전히 새롭게 구현한 디자인도 추가할게요.
작년 한 인터뷰에서 그린 컬러가 마음에 쏙 든다고 언급했어요. 그린 컬러가 포함된 작품을 고른다면요.
그걸 기억하시는군요?! 그것도 괜찮겠네요. 음, 그렇다면 전 까르띠에 컬렉션에 포함된 작품, 챕터1에서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네크리스를 고르겠습니다. 페리도트를 엄청 많이 사용했어요. 에메랄드와는 다른 그린 컬러인 데다 감람석이라서 그린 컬러가 더욱 돋보이죠. 애시드에 가까운 옐로 컬러가 감도는 그린인데, 정말 마음에 쏙 드는 네크리스와 브레이슬릿이에요.
까르띠에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삶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오랫동안 즐거움과 기쁨을 전해 주는, 그게 바로 까르띠에죠. 운 좋게 주얼리 분야에서 일하게 됐는데, 주얼리야말로 자기 자신을 대변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주얼리에 마음을 쏟는 것 같아요.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할지를 배웠죠. 까르띠에에서 얻은 두 번째 천성이에요.
까르띠에가 가까운 미래에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새로운 걸 창조하고, 앞서 나가며, 새로운 것을 찾는 게 우리의 본능이에요. 르 보야 주 레코망스Le Voyage Recommence 개념과 같죠. 이달 말에 이미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려고 진행하고 있어요. 유럽에서 프레젠테이션도 할 예정이고, 계속해서 다양한 일이 예정돼 있죠. 우리는 항상 새로운 것을 보여드리려고 해요.